본문 바로가기

[한여름 밤의 백일장] "후회되는 인생을 게임처럼 무한대로 다시 살 수 있게 해 드립니다." 화제의 그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읽은 후기

by changeover0113 2021. 7. 26.
반응형

사진 출처: 알라딘 ebook

미드나잇 라이브러리(The Midnight Library)

 

저자 매트 헤이그

역자 노진선

출판 인플루엔셜

 

 

 

줄거리

일자리를 잃고, 결혼식 직전에 파혼을 하고, 가족과의 사이도 틀어지고, 키우던 고양이가 차가운 길바닥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친구와의 사이도 소원해지고, 하고 싶었던 일도 포기하게 되고...

이 모든 일이 바로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일어난 것들이다.

그 인생의 주인은 바로 주인공인 '노라'.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는 더이상 마음 붙일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급기야 자신은 누구에게나 피해를 주는 존재이며,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죽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남긴 채 사라지기로 결심한 노라의 앞에 갑자기 도서관이 나타난다.

알 수 없는 느낌에 사로잡혀 자기도 모르게 도서관 안으로 들어간 노라는 그 안에서 학창시절의 도서관 사서였던 엘름 부인을 만난다.

엘름 부인은 어리둥절한 노라에게 지금의 상태는 살아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삶과 죽음의 사이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해 주지만 

그 말을 듣고 더욱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노라는 죽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노라에게 엘름부인은 노라가 살면서 평생 해 온 후회들이 담긴 책을 보여주며 인생을 다잡을 기회가 있음을 알려준다.

늘 후회로 가득 찬 인생을 살아온 노라는 다른 선택을 한 자신의 인생을 살아보기로 하고,

그 순간부터 노라는 후회를 되돌릴 수 있는 다른 선택들로 만들어진 무한한 인생을 경험하게 된다.

 

 

 

 

 

 

 

 

 

 

 

 

 

 

나의 사족

나는 어릴 때부터 판타지 소설을 좋아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내가 현실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게 해 주기 때문이다.

 

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대해 검색하던 중

이 책이 판타지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도 잠시나마 나를 신나는 가상세계로 떠나게 해 주겠지

라는 기대로 무작정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책을 끝까지 다 읽은 지금은 오히려 책의 내용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느낌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노라'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인생에 대한 후회를 하겠지만

나는 유독 그런 후회가 심한 편이었다.

지금껏 살면서 한 후회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든다면

아마 노라처럼 한 권은 거뜬히 나올 것이다.

심지어 그 후회들이 나 스스로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인생살이는 응당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틀에

나를 맞추기 위한 것인지조차 잘 알지 못했다.

 

행복한 기분이 들지 않을 때마다

지난 일들을 후회하며 그때 그 일을 하지 않아서

지금 이렇게 절망적인 거라고 생각했다.

 

과거를 후회하지 않을 때에는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곤 했다.

억만장자가 돼서 돈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면 행복할 것 같았고

누구나 감탄을 자아내는 대단한 커리어를 가지면 행복할 것 같았다.

집이나 차가 없어서 우울한가 싶기도 했고

명문대를 졸업하지 못해서 우울한 것 같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내가 특별한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 우울한 것 같기도 했다.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고서도 다 부질없다고 느끼는

노라를 보면서 꼭 철저하게 객관화시킨 내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의 내 모습과 노라는 너무 닮아있었다.

 

 

 

 

 

그리고 우주의 평행이론과 한 사람의 선택에 의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달라질 수 있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나에겐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양자역학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에 양자역학 뿐만 아니라

우주의 평행이론도 어느 정도 바탕이 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좀 놀랍기는 했다.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이 책을 읽게 된 것일까

마치 내 속을 잘 아는 사람이 추천해 준 책을 읽은 것처럼

글귀 하나하나가 너무 와닿았다.

그래서 판타지로 분류되는 이 소설이

나에게는 오히려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물론 노라처럼 인생의 진리를 깨닫고

매순간 사소한 모든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며

살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오른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죽기를 결심했던 순간의 노라와

가장 많이 닮아 있던 과거의 내 모습에서는

꽤나 많이 벗어난 것 같다.

 

 

 

지금은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처럼

돈도 명예도 멋진 배우자도

내 행복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노라처럼 다양한 삶을 살아보진 않았지만

이미 간접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다.

 

 

언젠가 세상에서 나만 가장 인생이 안 풀리는 것 같아

우울하고 사라지고 싶었을 때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졌기 때문에

그 사람은 세상살이가 너무나도 행복할 것이라고

내맘대로 단정지어 생각했다.

부럽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닮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 그 사람이 우울증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 사람이 걸어갔던 길을 가고자 애쓰고 있었는데

모든 걸 다 이룬 그 사람이 사라져 버리고 나니

내 인생도 목표가 사라진 것처럼 하루종일 멍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사람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인생의 조건을 모두 갖춰도

우울증이 올 수 있다는 걸 실제로 보고 나니

그동안의 인생에 관한 믿음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원하는 걸 다 가져도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다는

사실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해 본다면 행복을 위한 조건들이

전부 충족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우울한 감정이 다시 찾아올 때마다

과거의 내가 이루지 못한 일이나 갖지 못한 것에 대해

곱씹는 바보같은 짓을 반복하지만 그래도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노라처럼 인생여행을 하지 않아도 노라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는 있다.

진부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같은

책을 읽는 것도 깨달음을 얻는 데 너무나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앞으로 의미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

나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자 하는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는 인생에서 슬프거나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 되더라도

인생 자체가 불행하다고는 생각하지 말기

행복한 인생에도 부정적인 감정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

.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한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 말기

타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인생은 사실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

 

세 번째는 현재 나이가 몇 살이든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경우의 수는 무한하다는 것을 기억하기

뻔한 격려의 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나이 하나로 스스로의 가능성을

한계 지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만큼은 무한한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다시 생각해보니 어쩌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음으로써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인생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을

긍정적인 확신으로 굳히게 될 운명이었나 보다.

이 포스팅을 본 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는 사람이 있다면

왜 내가 이러한 세 가지 포인트를 되새기고자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책을 읽은 누군가에게,

죽기로 결심한 노라와 과거의 힘들었던 나처럼

절망적인 일이 한꺼번에 몰아치더라도

진정한 행복의 맛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래오래 살기를 바란다.

 

 

 

 

 

 

 

 

 

댓글